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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반려생활

강아지 예방 접종 프로토콜 한국과 미국의 차이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글에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진행하는 예방접종 프로토콜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참고로 예방접종 프로토콜이란 언제 어떤 백신 접종을 해야한다는 스케쥴 안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강아지 예방접종에 대해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너무 과하며 백신 과다 접종이 오히려 면역력을 해치거나 질병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논란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미국의 동물병원협회인 AAHA에서 제시한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입니다. 보호자로서는 이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 논란 속에서 백신을 어떻게 접종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한국의 예방접종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국의 예방접종 가이드라인

AAHA의 가이드라인에에서는 홍역, 전염성 간염, 파보바이러스 감염, 광견병 백신을 핵심 백신으로 분류하여 필수로 접종할 것을 권장하며 그 밖에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렙토스피라, 인플루엔자, 켄넬코프 백신은 생활 환경에 따라 선택적 접종을 하는 비핵심 백신으로 분류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별도로 접종을 권하고 있지 않습니다. 

핵심 백신 중 홍역, 전염성 간염(아데노바이러스-2), 파보바이러스 백신의 경우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백신과 함께 종합백신의 형태로 접종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동일합니다. 광견병의 경우 우리나라도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매년 접종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은 선택 접종 영역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접종을 권고하고 기본 프로토콜에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접종 스케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는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따르는 예방접종 프로토콜입니다. 차이점을 정리해보면 우리나라는 종합백신을 2~4주 간격으로 5차까지 접종하고 미국은 종합백신을 2~4주 간격으로 3차까지 접종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종합백신을 매년 1회 추가 접종하는데 미국은 3년에 1회 추가 접종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종합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3년 정도 유지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코로나장염과 인플루엔자 접종을 필수 접종으로 안내하지 않습니다. 켄넬코프와 광견병은 접종시기에서 약간 차이가 납니다. 코로나장염은 거의 어린 시기에만 발병하고 회복이 잘 되는 병이어서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인플루엔자는 유행하는 시기에 접종을 권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종합백신
코로나장염
켄넬코프
인플루엔자
광견병
1차(생후 6주)
1차




2차(생후 8주)


1차


3차(생후 10주)
2차

2차


4차(생후 12주)




1차
5차(생후 14주)
3차




6차(생후 16주)





추가접종
1년 후 재접종, 그 후 3년 마다 1회

매년 1회

매년 또는 3년 마다 1회 (주마다 다름)



■ AAHA가 지적한 예방접종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

접종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을 할 때 참고할 만한 자료를 한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AAHA에서 제시한 예방접종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참고할 부분을 아래에 정리해보겠습니다.


핵심 백신과 비핵심 백신

우선 이 자료에서는 모든 개에게 모든 백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핵심 백신과 비핵심 백신을 분류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핵심 백신이 '좋지 않은', '위험한', 불필요한' 백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AAHA에서는 비핵심 백신을 '전반적으로 권고 되지는 않지만 반려견의 나이, 생활 방식, 거주 지역에 따라 해당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경우 수의사에 의해 접종이 권장될 수 있는 백신'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렙토스피라 백신은 비핵심 백신이지만 특정지역에서는 발병 위험이 높아 접종을 권장한다고 예를 들고 있습니다.


추가 접종 횟수와 시기

추가 접종 시기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는 종합백신을 3년마다 접종 하는 것을 기본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지만 개의 면역력은 개체마다 차이가 있음을 설명합니다. 때문에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었는지를 알고자 할 때 항체가 검사를 수행할 것을 권합니다. 


예방접종에 대한 관점

AAHA의 자료에서는 개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위험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예방접종 부작용의 가능성보다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질병이 염려되는 필요적 상황에서 적극적인 접종을 권장하는 관점입니다. 동시에 AAHA의 자료는 우려사항이 있는 경우 강아지의 상태에 따라 비핵심 백신의 접종을 연기하는 등에 대한 사항을 수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는 접종 종류와 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 충분한 고려를 통해 조정하는 것 필요하다는 관점입니다.


■ AAHA의 지침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보통 우리나라에서 종합백신을 5차까지 다 맞아야 한다고 설명할 때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어 면역을 갖추기 위해 그만큼의 접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장염 백신도 가급적 접종하기를 권합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3차만 맞는데 접종을 너무 많이, 너무 자주 하라고 한다', '코로나는 불필요한 백신인데 접종하라고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신은 그 자체가 이미 접종에서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데 과다 접종의 경우 더 많고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보호자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접종 횟수와 접종 종류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새끼 강아지는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한 모견의 초유와 돌봄을 통해 충분한 초기 면역력을 갖추고 건강하게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분양되는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개농장, 강아지공장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건강하지 못한 모견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렇다보니 접종으로 면역력을 형성하려 해도 충분히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이런 이유로 접종 횟수가 더 많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또 비위생적이고 전염병이 잘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집단적으로 밀집되어 사육되다 분양되기 때문에 관련 질병에 더욱 취약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주로 어린 시기에만 치사율이 높고 이후에는 잘 걸리지 않거나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어 코로나장염 백신 접종이 권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 공장 출신 반려견의 분양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로 접종이 권고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미국의 실정과는 다른 국내 환경에서 접종 프로토콜이 다른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비핵심 백신을 접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AAHA가 비핵심 백신이 '필요할 경우에는 접종이 권장되는백신'이라고 말한 것을 참고하여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백신 과다 접종의 부작용이 염려되고 생활 환경 내에서 질병의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면 수의사와 긴밀한 상담을 통해 접종의 종류를 줄여 접종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반려견에게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과 치료의 어려움이 염려된다면 보호자로서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접종을 선택하는 것을 나쁜 일처럼 여길 이유는 없습니다. 핵심 백신이 아니더라도 우리집 반려견에게 발병하여 큰 고통을 겪는다면 예방접종이 필요했던 백신일 수 있습니다.

접종 횟수와 시기에 대해 고민할 때는 몇 년 주기로 몇 번 맞춘다는 가이드라인도 참고해야겠지만 개마다 면역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는 AAHA의 지침과 반려견이 태어나고 자라고 있는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백신 과다 접종의 부작용과 항체의 유지 기간을 검토하여 제시된 AAHA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종합백신 3차 접종에 3년마다 추가 접종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다면 수의사와 상담하여 그렇게 접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차 접종인가, 5차 접종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항체가 검사를 통해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었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접종의 목적은 면역 항체 형성이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조정이 필요합니다. 접종시기가 너무 잦은 것이 염려된다면 접종 완료 1년 후 항체가 검사를 통해 면역력이 충분한지 체크하며 추가 접종 시기를 조정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차이와 그로 인한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예방을 위해 접종을 한다면 적게 맞춰야, 많이 맞춰야 좋다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항체가 충분히 형성 되었는지가 기준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접종을 하기 전 백신이 예방하는 질병들 자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꼼꼼하게 살피며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이드라인은 모두에게 맞는 정답은 아닙니다. 무분별한 맹신보다는 참고하되 스스로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